켈트족의 축제 - 사빈 (혹은 삼하인)

사빈, 벨타네, 임볼릭, 그리고 루나사의 네 가지 "불의 축제"는 계절의 변화를 기리는 축제였다. 그 중 사빈과 벨타네는 남성적인 축제라고 여겨졌으며, 임볼릭과 루나사는 여성적이라고 여겨졌다. 모든 불의 축제는 3일동안 열렸는데, 그 중 두 번째 날에 종교 의식이 치루어졌다.

여름의 끝을 기념하는 축제, 사빈은 지금까지 "할로윈(Halloween)"이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영미권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사빈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고, 밤이 낮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었으며, 한 해가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마지막 사과를 수확하는 날이었고, 새로운 해가 새로운 겨울과 함께 시작되는 날이었다. 사비운(Samhiunn), 또는 할로위인(Hallowe'en)이라 불리기도 한 이 축제는 트리노욱스 사모니아(Trinoux Samonia), 즉 "여름의 마지막 사흘 밤"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워졌다.

본래 드루이드의 종교 의식으로부터 출발했던 이 축제는 11월 1일 저녁 의식이 치루어졌다. 그러나 고대 켈트인들은 하루가 그 전날의 해가 질 때부터 시작되어 그 날의 해가 질 때 끝난다고 생각했으므로, 11월 1일 저녁은 10월 31일 저녁이기도 했다. 이 축제는 6개월 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벨타네와 짝을 이루었다. 켈트족은 이 두 축제, 사빈과 벨타네를 각각 추분과 동지, 춘분과 하지의 정확한 중간 날짜에 열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이 날은 최고 드루이드가 "신성한 불"을 피우는 날이었다. 그러면 아일랜드의 모든 가정은 1년 내내 꺼뜨리지 않도록 소중히 간직하던 화롯불을 모두 꺼 버리고, "신성한 불"이 피워진 틀라흐가(Tlachtga) 언덕으로 횃불대를 든 대표자를 보냈다. 그 대표자가 횃불대에 새 불꽃을 받아 와 새로운 화롯불을 켜면, 가족들은 다시 다시 1년 내내 그 불이 꺼지지 않도록 보살피며 다음 해의 사빈이 오기를 기다렸다. 또한 이 날은 아일랜드를 나누어 다스리는 다섯 왕이 그들의 주군 아르드리(Ard Righ)의 거처인 타라(Tara)에 모여 회의를 여는 곳이기도 했다. 이 회합(會合)을 축하하기 위해 승마 경주가 열리고 장이 섰으며, 여름이 가는 것을 애도하는 종교적 의식도 행해졌다.

사빈은 또한 이승과 저승간의 문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이 때에는 신과 요정, 죽은 자와 산 자가 자유롭게 서로의 세계를 오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렇게 풀려나온 요정들과 사악한 혼령들이 가족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젊은 남자들이 밤에 횃불을 들고 농장 주위를 도는 풍습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빈은 또한 드루이드의 능력 중 특히 예지력이 강해지는 날이라고도 전해진다.

켈트 족의 다른 축제들처럼, 사빈 역시 시간의 통로였고,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이행하는 것을 축하하는 의식이었다. 켈트 신화에서 모든 통로의 본질은 "모순"이다. 그것은 두 세계의 사이에 놓인 문지방, 두 세계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두 세계 모두에 속하는 존재이다. 사빈은 여름과 겨울, 두 계절 모두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겨울로 가는 통로였고, 두 계절의 사이에 놓인 마법의 길이었다.

많은 농경 사회에서 그러하듯, 켈트 족 역시 겨울을 기다리는 동시에 두려워하기도 했다. 사빈은 마지막 여름의 자취였고, 따라서 끝이 없는 향연과 춤의 시간이었다. 사빈은 나무들이 잎을 떨구듯, 모든 짐과 두려움과 원치 않는 것들을 떨쳐내어 버리는 시간이었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삶도 자연의 신성한 순환 속에 포함될 수 있다고 켈트 족은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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